[시일 북스앤웍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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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읽었던 인간실격에서 느꼈던 감상과 사뭇 다르다는 점이 또 흥미롭습니다. 

예전엔 사회가 정한 규범과 자아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주인공 ‘요조‘의 실격에 초점을 맞춰 읽었더라면, 지금은 요조를 둘러싼 사회의 부조리가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던 당시이기도 했고, 서양의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며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의 가치들이 혼재되며 변화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 시기이기도 했다는 점이 이번에는 유독 도드라지게 읽힙니다.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불완전함과 사회적 규범에 얽매여 살아가는 인간들이 겪는 깊은 고독과 소외를 다자이 오사무는 말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디에 줄을 서야할 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 그것을 다수와 사회는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정답이 없음에도 정답이 있는 양 누군가를 오답으로 몰고 가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이 세운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무자비한가를,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실격에서 드러냅니다. 스스로를 투영한 듯한 현실감을 주인공 요조의 삶을 통해 그 폭력성을 보여주죠.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 우리 사회라고 무어 다를 게 있을까요. 우리는 이해 못할 타인에게 과연 얼마나 관대한가요. 나약함을 드러내는 누군가의 존재를 박탈하려 하지 않고 있진 않나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스스로를 향한 요조의 토설 속에서 호시탐탐 누군가의 실격을 바라는 현대인들을 향한 외침이 겹쳐보인건 작금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나는, 그리고 우리는 작금의 세태와 각자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들일까요.  

읽지 않은 이에겐 일독을, 읽었던 이에 이에겐 다시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현대까지 살아 숨쉬는 고전의 힘을 분명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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