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요즘 바빠서요.”, “바빠서 제가 연락을 못드렸네요.”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뭐가 그리 바빴을까. 이유가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만큼 나를 위한 일이었느냐, 혹은 얼마나 가치 있는 분주함이었냐고 하면 답할 말은 없다. 흐르는 물살에 그저 몸을 내맡긴 듯했다. 그래서 얻었던 것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것에 얼마나 지속력이 있었냐를 생각해본다면 역시나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야해서 했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을 뿐.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나는 조금들어 조금 아쉽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순간을 놓쳤을까. 일에 매몰되어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나를 얼마나 스치고 지나갔을까.
누군가 거액의 돈을 어느 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감탄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정도 거금을 쾌척할 수 있는 재력을 넘겨 짚는다. 그럴 수 있다고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애당초 없다는 걸 지금은 안다. 돈이 많건 적건 누구에게나 쉬운 돈은 없다. 재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의지의 문제에 더 가깝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왜 지금 시기에, 지금 맡아야 할 업무에, 달성해야 할 숫자 때문에 바쁜 거라고 탓을 했지만 실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나는 흔쾌히 일임했다. 다른 미지의 선택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손쉬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가 더 중요해보였고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안했다.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의 한가한 소리, 허울 좋아 보이는 이상이라며 얕잡아 보려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매우 잘 아는 체했다. 교만하고 오만했던 시절이었다.
시일에 출근하면 화초에 물을 주고,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한다. 햇살 들이치는 오전의 시간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날의 나와 마주한다. 오늘 계획한 일을 정리하고 과거의 나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들을 생각해보며 새롭게 가닿을 수 있는 세계를 짐작한다. 조금은 느린 시간 속에 살며 때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내 안의 알고리즘에 균열을 내보는 건 내가 어떻게 주변과 관계하며 ‘존재’하는지 깨닫게 한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건지, 또한 느끼게도 해준다.
“시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시간을 따라가는 우리의 여정에서 슬픈 점은, 당연하게도 일방통행으로 진행되는 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옛일을 다시 경험할 수 없다. 그저 기억에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시간의 소중함이 핵심이다. 모든 사건이 ‘고유’하며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_딘 리클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요근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더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실은 우리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낭비하는 시간’ 때문에 짧게 느껴진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기보다 되려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이 책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것을 어떤 선택으로 치환하며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획이 없는 이는 다른 사람이 세운 계획의 일부가 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싶다면 자기로 온전히 사는 삶이 얼마나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라고.
서기 55년경 철학자 세네카가 집필한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짧은 게 아니라, 그 짧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본질이라고 정의한다. 인생이 무한하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다면 우리의 선택과 의지는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밖에 없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라 우린 과연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생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만 보이는 죽음 또한 삶이 주는 ‘의미의 원천’ 과도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끝이 있기에, 또 반복해서 경험할 수 없는 현재성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그래서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선택의 힘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분주함 속에 살되, 지나치게 바쁘지는 않길 바란다. 바쁘더라도, 그것이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사는 삶으로 인한 것이길. 먼 미래를 위해 현재 응당 누려야 할 것들을 쉬이 지나치지 않길. 놓치고 사는 것들로 가득한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당신을,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보다 더 값진 건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하는 당신의 현재를 응원한다.
“선택은 의미의 재료다. 따라서 제한(우주가 쇠퇴와 죽음의 형태로 부여함)과 가능성의 신기한 상호 작용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우주와 춤을 추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물한다. 서로 의미 자체를 선물한다. 인생의 짧음에 관한 세네카의 견해보다 훨씬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인생은 우리가 그것을 낭비할 때만 짧은 게 아니다. 바로 그 짧음이 인생의 본질이다.”
_딘 리클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Copyright 2024. 시일 북스앤웍스. All rights reserved.
“제가 요즘 바빠서요.”, “바빠서 제가 연락을 못드렸네요.”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뭐가 그리 바빴을까. 이유가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만큼 나를 위한 일이었느냐, 혹은 얼마나 가치 있는 분주함이었냐고 하면 답할 말은 없다. 흐르는 물살에 그저 몸을 내맡긴 듯했다. 그래서 얻었던 것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것에 얼마나 지속력이 있었냐를 생각해본다면 역시나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해야해서 했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을 뿐.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나는 조금들어 조금 아쉽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은 순간을 놓쳤을까. 일에 매몰되어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나를 얼마나 스치고 지나갔을까.
누군가 거액의 돈을 어느 단체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는 감탄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 정도 거금을 쾌척할 수 있는 재력을 넘겨 짚는다. 그럴 수 있다고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이란 건 애당초 없다는 걸 지금은 안다. 돈이 많건 적건 누구에게나 쉬운 돈은 없다. 재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의지의 문제에 더 가깝다.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환경을 탓하기도 했다. 왜 지금 시기에, 지금 맡아야 할 업무에, 달성해야 할 숫자 때문에 바쁜 거라고 탓을 했지만 실은 나를 둘러싼 환경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나는 흔쾌히 일임했다. 다른 미지의 선택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손쉬웠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가 더 중요해보였고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안했다. 대열에서 이탈한 사람의 한가한 소리, 허울 좋아 보이는 이상이라며 얕잡아 보려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매우 잘 아는 체했다. 교만하고 오만했던 시절이었다.
시일에 출근하면 화초에 물을 주고, 음악을 들으며 청소를 한다. 햇살 들이치는 오전의 시간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날의 나와 마주한다. 오늘 계획한 일을 정리하고 과거의 나라면 시도하지 않았을 일들을 생각해보며 새롭게 가닿을 수 있는 세계를 짐작한다. 조금은 느린 시간 속에 살며 때론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내 안의 알고리즘에 균열을 내보는 건 내가 어떻게 주변과 관계하며 ‘존재’하는지 깨닫게 한다. 지금 우리가 보내고 있는 순간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건지, 또한 느끼게도 해준다.
“시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해 시간을 따라가는 우리의 여정에서 슬픈 점은, 당연하게도 일방통행으로 진행되는 일로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옛일을 다시 경험할 수 없다. 그저 기억에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시간의 소중함이 핵심이다. 모든 사건이 ‘고유’하며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_딘 리클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요근래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보다 어떻게 보이는지를 더 신경 쓰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기보다 실은 우리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낭비하는 시간’ 때문에 짧게 느껴진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하기보다 되려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이 책은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그것을 어떤 선택으로 치환하며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계획이 없는 이는 다른 사람이 세운 계획의 일부가 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알고 싶다면 자기로 온전히 사는 삶이 얼마나 되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라고.
서기 55년경 철학자 세네카가 집필한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가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에 짧은 게 아니라, 그 짧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본질이라고 정의한다. 인생이 무한하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영원하다면 우리의 선택과 의지는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밖에 없다. 관계 또한 마찬가지라 우린 과연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생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만 보이는 죽음 또한 삶이 주는 ‘의미의 원천’ 과도 같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나는 동의한다. 끝이 있기에, 또 반복해서 경험할 수 없는 현재성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을, 그래서 더 빛날 수밖에 없는 선택의 힘을 조명하기 때문이다.
즐거운 분주함 속에 살되, 지나치게 바쁘지는 않길 바란다. 바쁘더라도, 그것이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사는 삶으로 인한 것이길. 먼 미래를 위해 현재 응당 누려야 할 것들을 쉬이 지나치지 않길. 놓치고 사는 것들로 가득한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당신을, 자신의 시간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보다 더 값진 건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하는 당신의 현재를 응원한다.
“선택은 의미의 재료다. 따라서 제한(우주가 쇠퇴와 죽음의 형태로 부여함)과 가능성의 신기한 상호 작용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우주와 춤을 추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것을 선물한다. 서로 의미 자체를 선물한다. 인생의 짧음에 관한 세네카의 견해보다 훨씬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인생은 우리가 그것을 낭비할 때만 짧은 게 아니다. 바로 그 짧음이 인생의 본질이다.”
_딘 리클스,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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