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일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의구심이 들 때가 간혹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내가 관철하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와 믿음을 향한 의심이라거나,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이 그렇다. 이러다 뒤쳐지는 건 아닌지, 어느 순간 도태되어버리진 않을는지, 손 안의 온라인 속 세계가 더 가까워 보이는 덕에 나를 빼놓고 온통 내달리는 사람들뿐인 것 같은 불안감이 현재의 나를 미래로 끌어당긴다.
그래서일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이따금 굉장히 이질적인 시간을, 극적인 낙차를 느낄 때가 있다. 소비를 과시하고 자랑하는 사람들, 계속된 알림과 팝업 메시지는 나를 다그친다. 소속이 있건 없건 마찬가지다. 나는 진정 어디에 소속된 사람인가.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은 마음은 정처 없이 부유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오해와 착각은 알고리즘으로 더 심화되고 깊어진다.
정체 모를 위협과 두려움에 휩싸인, 불안한 나를 다시 현재의 자리로 잡아당기는 건, 결국 사람이다. 온라인 속 성난 군중이 아닌, 서로 얼굴을 대면하며 각자의 실체를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존재들, 서로가 서로의 중력이 되어 단단한 지면을 확인하는 시간, 내게 독서모임은 그런 실체 있는 관계를 확인하는 장이다. 책을 통해 성장한다거나, 유용한 어떤 인사이트를 얻는 행위와는 솔직히 무관 하다. 그보다 나의 깃발을 확인하는 자리, 나의 생각이 온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일말의 확신을 얻는 시간, 미처 몰랐던 타인의 슬픔과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 1인 사업자에게, 그리고 프리랜서에게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참으로 귀하고 값지다.
10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는 생각보다 난해했지만, 혼란의 구간을 넘었을 때 찾아오는 극적인 반가움이 있는 책이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더라면 나 또한 완주할 수 있었을까. 중간중간 숨이 가쁜 고비마다 함께 나누는 대화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책을 온전히 곱씹을 수 있었다. 대학생 시절 교양수업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멤버 한 분의 이야기가 유독 와닿았다. 독서는 편하고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때론 불편한 독서의 시간 역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넘어야 채집할 수 있는 기쁨은 평소에 맛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 시간은 모두가 빛난다. 서로에게 발광하며 예기치 못한 대화에 몰입한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모호함의 바다에 몸을 내맡긴다. 그 투신으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적 안목이 접지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일상 속에서 과연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모호함을 인내하고 관조하며 관용하는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 관계를, 그리고 시간을, 소비할 대상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단해야 내 세계 속 ‘우연’과 '발견'이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그 원리를 알아도 쉽사리 이행하지 못하는 까닭은 늘 주저하거나 머뭇거려 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과 삶이 다른 함의를 가지듯,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스스로를 던질 수 있어야 비로소 진짜 삶이 펼쳐진다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피투彼投된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기투企投해야 한다고.
독서모임은 그 적극적인 키투의 시간이 된다. 그 시간 속 내가 느낀 작은 감동이 기억이 된다. 기억이 쌓여 나를 들어 올린다. 타인에 의해 관계의 상처가 생기고 그것이 설령 상흔으로 남더라도, 나는 여전히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희망을 매만진다.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 마지못함과 부득이함을 실은 나는 사랑하고 환대한다.
그 대화의 삯은 각자의 솔직함과 겸허함 뿐이다. 시일을 채우는 노란 조명빛 사이로 주광색 눈빛들이 떠다닌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을 털어놓는 관계의 그림자로 공간은 가득하고 그윽하다. 시간은 쏜살같이 내달린다.
Copyright 2024. 시일 북스앤웍스. All rights reserved.
시일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의구심이 들 때가 간혹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내가 관철하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와 믿음을 향한 의심이라거나,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방향이 맞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마음이 그렇다. 이러다 뒤쳐지는 건 아닌지, 어느 순간 도태되어버리진 않을는지, 손 안의 온라인 속 세계가 더 가까워 보이는 덕에 나를 빼놓고 온통 내달리는 사람들뿐인 것 같은 불안감이 현재의 나를 미래로 끌어당긴다.
그래서일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이따금 굉장히 이질적인 시간을, 극적인 낙차를 느낄 때가 있다. 소비를 과시하고 자랑하는 사람들, 계속된 알림과 팝업 메시지는 나를 다그친다. 소속이 있건 없건 마찬가지다. 나는 진정 어디에 소속된 사람인가. 어디에도 속한 것 같지 않은 마음은 정처 없이 부유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오해와 착각은 알고리즘으로 더 심화되고 깊어진다.
정체 모를 위협과 두려움에 휩싸인, 불안한 나를 다시 현재의 자리로 잡아당기는 건, 결국 사람이다. 온라인 속 성난 군중이 아닌, 서로 얼굴을 대면하며 각자의 실체를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존재들, 서로가 서로의 중력이 되어 단단한 지면을 확인하는 시간, 내게 독서모임은 그런 실체 있는 관계를 확인하는 장이다. 책을 통해 성장한다거나, 유용한 어떤 인사이트를 얻는 행위와는 솔직히 무관 하다. 그보다 나의 깃발을 확인하는 자리, 나의 생각이 온전히 틀리지 않았다는 일말의 확신을 얻는 시간, 미처 몰랐던 타인의 슬픔과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에 더 가깝다. 1인 사업자에게, 그리고 프리랜서에게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참으로 귀하고 값지다.
10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 『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는 생각보다 난해했지만, 혼란의 구간을 넘었을 때 찾아오는 극적인 반가움이 있는 책이었다. 독서모임이 아니었더라면 나 또한 완주할 수 있었을까. 중간중간 숨이 가쁜 고비마다 함께 나누는 대화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책을 온전히 곱씹을 수 있었다. 대학생 시절 교양수업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다고 말하는 멤버 한 분의 이야기가 유독 와닿았다. 독서는 편하고 즐거워야 마땅하지만, 때론 불편한 독서의 시간 역시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넘어야 채집할 수 있는 기쁨은 평소에 맛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이 시간은 모두가 빛난다. 서로에게 발광하며 예기치 못한 대화에 몰입한다. 함부로 단정 짓지 않고 모호함의 바다에 몸을 내맡긴다. 그 투신으로부터 세계를 바라보는 주체적 안목이 접지된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일상 속에서 과연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모호함을 인내하고 관조하며 관용하는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 관계를, 그리고 시간을, 소비할 대상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단해야 내 세계 속 ‘우연’과 '발견'이라는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그 원리를 알아도 쉽사리 이행하지 못하는 까닭은 늘 주저하거나 머뭇거려 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생존과 삶이 다른 함의를 가지듯,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스스로를 던질 수 있어야 비로소 진짜 삶이 펼쳐진다고 하이데거는 말한다. 피투彼投된 세상에서 적극적으로 기투企投해야 한다고.
독서모임은 그 적극적인 키투의 시간이 된다. 그 시간 속 내가 느낀 작은 감동이 기억이 된다. 기억이 쌓여 나를 들어 올린다. 타인에 의해 관계의 상처가 생기고 그것이 설령 상흔으로 남더라도, 나는 여전히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희망을 매만진다. 독서모임을 지속하고,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 마지못함과 부득이함을 실은 나는 사랑하고 환대한다.
그 대화의 삯은 각자의 솔직함과 겸허함 뿐이다. 시일을 채우는 노란 조명빛 사이로 주광색 눈빛들이 떠다닌다. 온 마음을 다해 진심을 털어놓는 관계의 그림자로 공간은 가득하고 그윽하다. 시간은 쏜살같이 내달린다.
Copyright 2024. 시일 북스앤웍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