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아침 작업실 ‘시일’로 출근하는 저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고 커피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원두를 분쇄한 뒤 적당한 양을 필터 위에 올립니다. 91도로 맞춘 뜨거운 물을 천천히 원을 그리며 커피에 붓습니다. 밤새 차가웠던 공기 속에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커피 향이 스며들어 퍼집니다. 오늘 아침의 선곡은 영화 중경삼림의 OST인 ‘몽중인’이었습니다. 청각과 후각으로 시작되는 하루, 상쾌하면서도 마치 어제와 반복되는 듯한 이 시간을 저는 너무나 사랑합니다.
출근이 즐거운 날도, 혹은 전날까지 고심했던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도, 까닭없이 마음이 기껍지 않은 날에도 같은 시간에 시일에 나와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저만의 루틴 속에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성찰하는 감각, 그리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찾는 근력을 훈련합니다.
누군가는 반복이 지겹고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반복에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지루함이야말로 어쩌면 강박적으로 새로움을 찾으려는 잘못된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움을 쫓는 습관은 되려 관찰자적 시점이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든든한 뿌리만 있다면, 평범하고 익숙한 것에서도 끝없는 풍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과정 속 충실한 시간들은 우리를 더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단단한 줄기를 키우게 만듭니다.
일상 속 풍부함을 발견하는 섬세한 감각은 새로움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길러지기도 합니다. 우연처럼 얻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역량을 기른다면 해상도 높은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건 계속해서 행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관념에 머무르지 않으며 그 실재를 현실 속에 투영하는 행위입니다. 그 반복 안에서 다양한 변주 또한 이루어집니다. 물의 온도를 조금 다르게 조절해 본다거나 원두의 양을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조절해 보며 그 맛을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때론 전혀 다른 원두로 커피를 내려보는 시도를 할 때도 있습니다. 늘 같은 방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반복하는 행동은 늘 다른 방식으로 저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마치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가는 진입로와도 같은 이 반복에는, 무언가를 반복하며 성실히 해 본 사람만이 가닿을 수 있는 지경이 분명 존재합니다. ‘인내‘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한 건 인내라기보다, ’호기심‘과 ’관찰’일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반복하려면 관찰해야 합니다. 제대로 관찰하려면 반복해야 합니다. 반복은 단순히 같은 행동을 지속하는 게 아닙니다. 세심한 시각을 통해 차이를 발견하는 일에 더 가깝죠. 차이를 발견하지 않는 관찰은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관찰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향한 의문 없이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할 뿐입니다. 의문과 호기심 없이 ‘해야 하니까 해야 하는‘ 세계에 몰두하기만 합니다. 그 세계에서의 반복에는 별다른 힘이 응집되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과 부유하거나, 함께 흐를 뿐입니다. “하다 보면 알게 돼요.” 어느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들의 답변 속 비슷한 면모를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감각, 꾸준한 반복과 묵묵히 제 일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길러지는 감각의 힘을 그들은 신뢰하는 듯합니다. 조급한 마음 없이 그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대상을 관찰하며, 무언가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관조합니다.
반면,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그 모호하고 아리송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기껍지 않을 때가 있죠. 이리저리 비교해 보고, 가성비와 타산이 맞는지 점검하며 성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불확실성 가득한 과정이 못미더울 수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무언가에 몰두하고 관찰하며 인생을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사는 데에 있기보다, 목적을 달성하며 성공에 이르는 삶, 유용과 생산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어진 삶은 도구나 수단이 아닙니다. 관계와 일상 역시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의미 역시 어마어마한 맛의 커피를 내리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같은 행동 속에서 무엇을 새롭게 느끼는지, 미묘한 차이와 변주,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사유하려는 데 있습니다. 더없이 기쁜 날도, 이따금 우울한 날도 같은 루틴을 반복합니다. 목표 없는 반복의 시간에서 새로운 희망과 좌절할 필요 없는 이유를 길어 올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 속에서도 이 작은 다짐을 관철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권합니다. 반복과 성찰을, 그 속에서 새로운 스스로와 마주하는 경험을 저는 제안합니다.
Copyright 2024. 시일 북스앤웍스. All rights reserved.
시일 북스앤웍스는 자양동에 위치한 공유작업실(공유오피스)이자, 토요일에만 운영되는 작은 독립 서점입니다.
매일 아침 작업실 ‘시일’로 출근하는 저는, 음악으로 공간을 채우고 커피를 내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원두를 분쇄한 뒤 적당한 양을 필터 위에 올립니다. 91도로 맞춘 뜨거운 물을 천천히 원을 그리며 커피에 붓습니다. 밤새 차가웠던 공기 속에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커피 향이 스며들어 퍼집니다. 오늘 아침의 선곡은 영화 중경삼림의 OST인 ‘몽중인’이었습니다. 청각과 후각으로 시작되는 하루, 상쾌하면서도 마치 어제와 반복되는 듯한 이 시간을 저는 너무나 사랑합니다.
출근이 즐거운 날도, 혹은 전날까지 고심했던 일을 생각하며 마음이 어지러운 날에도, 까닭없이 마음이 기껍지 않은 날에도 같은 시간에 시일에 나와 음악을 틀고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저만의 루틴 속에서 스스로를 관찰하고 성찰하는 감각, 그리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여유를 찾는 근력을 훈련합니다.
누군가는 반복이 지겹고 지루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반복에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지루함이야말로 어쩌면 강박적으로 새로움을 찾으려는 잘못된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새로움을 쫓는 습관은 되려 관찰자적 시점이 한곳에 뿌리내리지 못하게 방해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든든한 뿌리만 있다면, 평범하고 익숙한 것에서도 끝없는 풍부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과정 속 충실한 시간들은 우리를 더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단단한 줄기를 키우게 만듭니다.
일상 속 풍부함을 발견하는 섬세한 감각은 새로움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길러지기도 합니다. 우연처럼 얻는 데 만족하지 않고 그 역량을 기른다면 해상도 높은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건 계속해서 행동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관념에 머무르지 않으며 그 실재를 현실 속에 투영하는 행위입니다. 그 반복 안에서 다양한 변주 또한 이루어집니다. 물의 온도를 조금 다르게 조절해 본다거나 원두의 양을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조절해 보며 그 맛을 비교해 보기도 합니다. 때론 전혀 다른 원두로 커피를 내려보는 시도를 할 때도 있습니다. 늘 같은 방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반복하는 행동은 늘 다른 방식으로 저를 움직이게 만듭니다.
마치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가는 진입로와도 같은 이 반복에는, 무언가를 반복하며 성실히 해 본 사람만이 가닿을 수 있는 지경이 분명 존재합니다. ‘인내‘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필요한 건 인내라기보다, ’호기심‘과 ’관찰’일지 모릅니다. 무언가를 반복하려면 관찰해야 합니다. 제대로 관찰하려면 반복해야 합니다. 반복은 단순히 같은 행동을 지속하는 게 아닙니다. 세심한 시각을 통해 차이를 발견하는 일에 더 가깝죠. 차이를 발견하지 않는 관찰은 의미 없는 시간 낭비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관찰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스스로를 향한 의문 없이 그저 하던 일을 계속할 뿐입니다. 의문과 호기심 없이 ‘해야 하니까 해야 하는‘ 세계에 몰두하기만 합니다. 그 세계에서의 반복에는 별다른 힘이 응집되지 않습니다. 그저 시간과 부유하거나, 함께 흐를 뿐입니다. “하다 보면 알게 돼요.” 어느 분야의 진짜 전문가들과 대화하고 인터뷰를 하다 보면, 그들의 답변 속 비슷한 면모를 확인할 때가 있습니다.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감각, 꾸준한 반복과 묵묵히 제 일을 하며 기다리다 보면 길러지는 감각의 힘을 그들은 신뢰하는 듯합니다. 조급한 마음 없이 그저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대상을 관찰하며, 무언가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관조합니다.
반면,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그 모호하고 아리송한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기껍지 않을 때가 있죠. 이리저리 비교해 보고, 가성비와 타산이 맞는지 점검하며 성공을 위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이 불확실성 가득한 과정이 못미더울 수 있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무언가에 몰두하고 관찰하며 인생을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사는 데에 있기보다, 목적을 달성하며 성공에 이르는 삶, 유용과 생산성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어진 삶은 도구나 수단이 아닙니다. 관계와 일상 역시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제가 아침마다 커피를 내리는 의미 역시 어마어마한 맛의 커피를 내리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하루하루, 같은 행동 속에서 무엇을 새롭게 느끼는지, 미묘한 차이와 변주,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사유하려는 데 있습니다. 더없이 기쁜 날도, 이따금 우울한 날도 같은 루틴을 반복합니다. 목표 없는 반복의 시간에서 새로운 희망과 좌절할 필요 없는 이유를 길어 올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간 속에서도 이 작은 다짐을 관철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권합니다. 반복과 성찰을, 그 속에서 새로운 스스로와 마주하는 경험을 저는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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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 북스앤웍스는 자양동에 위치한 공유작업실(공유오피스)이자, 토요일에만 운영되는 작은 독립 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