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건,

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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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일하느라 매일 펼치고 닫는 노트북이지만 진득히 나 스스로를 대면할 채비는 요원했다. 


2. 거창한 대의나, 돈을 쓸어담아보겠다는 마음으로 결심한 건 아니었다. 대의를 내세울 그럴듯한 명분도, 돈을 잘 버는 깜냥같은 건 내게 없다. 단지, 나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당기는 ‘인력’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공간의 출발점이었다. 작은 가설을 시도하고 검증할 공간을 골몰하던차에 조우한 곳이었다. 협소하지만 높은 천정과 독특한 구조. 넌 나와 닮았다. 설령 사람들이 없어도 기꺼울 수 있는 공간. 혼자 노 젓는 것조차 신명날 것 같았다.


3. 글을 쓰다보면 때때로 느낀다. 좋은 글은 인력(引力)과 인력(人力) 모두를 갖는다는 사실을. 한 편의 좋은 글이 또 다른 글과 새로운 시상, 영감을 끌어당긴다. 글 너머 존재하는 타인의 힘 또한 여실히 느낀다. 이 과정에서 나와 무관해보였던 일들에 새로운 맥락이 더해진다. 그 말에, 그 글에 내 말도 작게나마 더하고 싶다.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동한다.


4. 나는 이 체험을 더 밀도 있게 느끼고, 더 확장하고 싶었다. 확장의 고리들은 사람이어야 했다. 흡사 한권 한권의 책과 같은 사람들. 지금은 얄팍할지라도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연결을 통한 인력에 세(勢)를 더할 수 있으리라. 모아진 세(勢)로 무엇을 또 도모할 수 있을까. 


5.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거울 수 있는 일은 세상에 많지 않다. 각자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더라도 감탄하고 경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 나는 다만, 언젠가 마침내 채워질 거대한 한 폭의 캔버스만 준비하면 되는 일이라 새하얀 화이트로 염색하기 전 생지 컬러 그대로의 캔버스를 나는 상상하고 시일을 단장했다.


6. 바라고 그리던 바를 지속하고 결국엔 실현시킬 수 있을지 확신은 들지 않으나, 설령 추락한다하더라도 큰 유감으로 남을 것 같지 않다. 나는 있는 힘껏 뛰어올랐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이건 참말이다.


공간 ‘시일 북스앤웍스‘는 주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유작업실이자,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가치 있는 책들을 제안하는 서점입니다. 아주 낮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서로를 내다보며 일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각자의 틈을 내보이며 연대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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