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지기 인터뷰]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진짜 서점’을 꿈꿉니다

2024-07-18
작은 서점 뒤에 존재하는 큰 사람을 조명합니다.

이번에는 서울시 서대문구 옥천동에 위치한 작은 한옥 서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를 소개합니다. 이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계신 박현여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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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현여 안녕하세요, 저는 은행 IT에서 19년간 일하다 퇴사하고 잠시 전업 육아에 들어섰다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책방의 책방지기로 전직하게 된 박현여 라고 합니다. 퇴사 당시 ‘비록 회사는 그만 두지만 무슨 일이든 경제적 활동은 계속 하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이렇게 자영업자로 일하고 있네요. 참고로 남편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라는 책을 쓰고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이장희 작가입니다. 때때로 남편도 책방 일을 거들며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언제 서점을 오픈하신건가요?

현여 간판도 없이 종이 봉투에 가게 이름만 적어 문 앞에 걸고 시작했던 것이 2019년 3월 22일이었습니다. 그렇게 가오픈으로 5개월을 운영하다 8월21일에 정식 간판을 달았죠. 지금은 만 5년을 지나 6년차인데요, 첫 1-2년은 자영업이 처음이라 문을 열고 손님을 맞는 것 자체가 연습이며 실전이었고, 2-3년차부터는 읽었던 책 위주의 독서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 시기에 지원사업도 신청하여 문화 행사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지금은 지원사업 보다는 지역 주민들을 통한 소소한 모임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6년이라면 베테랑 소리를 들을만도 한 데 이곳에서 저는 아직도 배움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먼저, 서점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왜 하필 서점이었나요?

현여 20년 가까이 회사 생활 중, 직장인으로서 또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문제점 등을 책을 통해 풀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책으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위로를 얻기도 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원인을 알면 접근 방법을 달리 하거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대처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책의 유용함이나 책의 위로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서점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현여 처음에는 “밑줄책방” 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하고 상표특허까지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로고에서 수정이 필요하다며 브레이크가 걸렸어요. 그 때 추가금을 내고 계속 진행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차피 저자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니 책 이름을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여 지금의 상호명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상호명으로는 너무 길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하지만 “그리다” 에는 그리워하다 혹은 그림 그리다의 이중적 뜻이 있어서 옛 골목의 한옥 서점, 게다가 작가가 있는 서점이라는 정체성에는 잘 맞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이 곳 옥천동 인근에는 서점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곳에 터를 잡으신 이유가 있으셨나요?

현여 이 동네에 100년 넘은 감리교회가 있거든요, 남편이 칼럼에도 썼던 곳이라 아주 낯선 곳은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서점이기 전에 집으로써의 공간을 찾고 있었기에 마당 앞이 트인 이 단정한 한옥이 제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옆에는 재래시장도 있으니 재미난 동네라고 생각했어요. 『집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부즈펌,2014) 에는 수제 잼과 베이커리를 만들어 주말만 카페로 운영하는 가정집이 나오는데요 그 주인의 이야기가 '진짜를 만든다면 장소가 어디든 사람들이 찾아온다.' 였어요. 책방을 오픈 할 때도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서점은 순항 중인가요?

현여 경제적인 부분에서 아직은 어려움이 있죠. 4인 가족의 주된 생활비를 책방 운영으로 마련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아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어서 가정과 서점에 들이는 적절한 시간 배분이 고민입니다.


그렇다면 서점을 시작하시기 전부터 예상하셨던 어려움이었는지, 혹은 예상보다 더 혹독하다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현여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들이긴 했었죠. 처음 계획은 3년 정도면 서점도 가정도 안정 될 거라 생각했지만 코로나라는 예정에 없던 팬데믹이 있었습니다. 물론 코로나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없겠지만 지역 경제와 아이들의 정서등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저에게까지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서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현여 저희는 처음부터 책과 음료를 함께 팔았습니다. 책만 팔 자신이 없어서 책이 있는 공간을 팔려고 했습니다. 책만 파는 책방으로는 책에 관심 없는 분들에게 문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카페로서의 공간은 보다 많은 분들에게 열려 있으며 '책'에 접점이 없는 분들도 우연히 책과 접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커피와 공간을 팔아서 책을 구비해야 하는 구조를 계속 가져가게 될 것 같습니다. 


서점 창업 전에 가장 이상적인 서점이라고 생각한 공간이 있으셨나요?

현여 서점이라기 보다는 북카페였는데요 10년 전 쯤 방문했던 일산 주택가의 “서재” 입니다. 책 읽기 편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대학 종교학과 교수님과 사모님이 직접 운영하시면서 동서양 고전과 인문학 강좌, 독서모임도 열고 계셨어요. 동네에 책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평일 낮에 30-50대로 보이는 분들이 고전을 공부하기 위해 책을 들고 모인다는 것에 놀랐어요. 지금 북카페 ‘서재’는 종료했지만 일산의 “너의 작업실” 에서 해당 수업을 이어가고 계시답니다.


‘서시그’에서 겪으셨던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나 감사한 고객이 있으신가요?(객단가가 가장 높았던 고객의 구매액은 얼마였나요?)

현여 앞에서 말씀드린 북카페 ‘서재’의 대표님과 저희 동네의 단골손님께서 서점에서 진행한 행사에서 우연히 만나셨어요. 알고보니 오래 전 단골손님께서 일산에 사실 때 서재의 단골 고객이셨더라구요. 몇 년 만에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게 되셨고 반갑게 안부를 물으시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취향이 비슷한 분들을 제가 다시 만나게 해 드린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이렇듯 골목을 찾아 주시는 고객분들은 모두 감사하죠. 그 중에는 선결제로 70만원을 결제 해 주셨던 분도 계시고 중고 아트북을 10만원 이상 구매 해 가신 분도 계십니다.


대표님이 정의하는 ‘서점’은 어떤 공간인가요? 또 어떤 지향점을 포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보시나요?

현여 처음 서점을 열었을 때는 책을 판매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5년의 시간을 보내고 보니 서점은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 따뜻함, 정겨운 가치가 오고가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크든 작든 동네마다 이런 공간들이 더 많이 생겨나기를 희망합니다. 그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교류하고 생각을 교환하는 시간을 만들어 가기를요.


그렇다면, 서시그의 정체성이 담긴 모임을 하나 소개해주신다면요?

현여 3월부터 시작한 ‘느슨한 독서모임’입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1시간반 정도 읽은 후, 한데 모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는 시간입니다. 말하자면 자유책 독서모임인데요 똑같은 형식으로 전에도 진행했지만 "느슨한"이라는 수식어를 더하니 오시는 분들도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시네요. (참고로 아즈마 히로키의 <느슨하게 철학하기>를 읽다가 떠오른 제목이었습니다.) 모임의 취지는 읽는 시간을 확보 해 드리는 것이었고 책을 좋아하거나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드리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책이 있는 공간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도 적당한 커뮤니티의 소속감을 갖기에 좋은 시간이라고 자체 평가하고 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중 육아휴직 중인 분 혹은 근처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 탐방중인 분들이 특히 좋아하셨어요. 하지만 이정도는 아주 새로운 프로그램도 아니고 다른 책방에서도 진행하는 것이라 저희만의 정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나 모르겠네요.


그런 대표 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 궁금하네요.

현여 서점을 시작하는데 영향을 준 책이 생각나는데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메멘토,2015) 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직장인 시절 접한 책이었는데, ‘회사에서 주는 밥만 먹고 살다가 내 삶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고요, 그 뒤로 일과 인생에 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면서 지금의 책방을 꾸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시그의 도서들 중에서 대표님께서 널리 알리고 싶으신 도서가 있다면 한 권 꼽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현여 샨티 출판사의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입니다. 이 책은 그림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알아채며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게 하는 책입니다. 이 책을 쓰신 정은혜 작가님은 제주에 정착하여 미술로 심리치료와 창조성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 상관 없이 누구라도 혼자서 워크숍처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혼자가 되는 시간에 나를 찾기 위한 책으로 권합니다. 


그렇다면 대표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여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이야기 해 주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해 주는 친구같은 존재입니다. 모든 친구가 친절하고 정의롭고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듯 모든 책이 좋은 책이라 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를 재발견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서시그’의 성장을 위한 비책이 있으신가요?

현여 더 많은 분들이 공간을 방문하실 수 있도록 앞으로는 저녁 시간에도 정기적으로 오픈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책과 함께 즐길 맥주도 준비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프로그램을 더 만들어 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서시그’를 찾아주신 사람들에게 어떤 서점으로 인식되길 바라시나요?

현여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여행 온 듯 잠시 일상을 잊고 책과 공간과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서점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궁금하신 서점이나 알고 싶은 서점 대표님이 계신가요? 

현여 부산에 위치한 ‘주책공사’를 알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주책공사의 분위기나 대표님의 이력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서점을 운영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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