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지기 인터뷰] 표류를 가장한 항해 속 작은 반환점,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서점 ‘피넛버터팔콘’

2024-08-17
작은 서점 뒤에 존재하는 큰 사람을 조명합니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했었던, 이제는 과거가 된 작은 서점 ‘피넛버터팔콘‘의 (은퇴한) 서점지기를 소개합니다. 이 작은 책방을 시작하시다가 얼마 전 운영을 종료하신 이사라 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지기 분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서점을 접으신 분의 이야기에서 또한 배우고 익힐 점들이 분명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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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사라 님,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사라 안녕하세요. 책을 좋아해왔고 책을 팔아보겠다고 책방을 열었다가 책을 펼쳤다 덮듯이 책방도 접은 책방 피넛버터팔콘의 책방지기였던 이사라입니다. 주로 팔콘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Q. 서점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주로 하셨었나요?

사라 책방 이전에는 공공기관에서 기획 관련 일을 했습니다.


Q. 자, 그럼 정확히 언제 서점을 오픈하신거죠? 

사라 2023년 3월 24일에 오픈했습니다.


Q. 가슴 아픈 질문입니다만, 그럼 정확히 언제 문을 닫으신건가요?

사라 2024년 6월 7일 운영을 종료했고 7월 31일로 책방 공간 정리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Q. 서점 문을 닫으신 지금, 어떤 일을 하시고 계신지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왜 그 일을 선택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라 다시 공공기관으로 돌아갔어요. 바로 취업을 했기 때문에 차후에 뭘 할지 고민할 틈과 텀이 없었어요. 그래서 익숙한 것을 다시 하기로 했지만, 그렇다고 되는대로 아무거나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찰나의 고심과 또 연이은 우연으로 결국 서점 창업 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에 지원했습니다. 이전에 일했던 곳과 같은 공공기관이지만 나름의 가치를 지향하고 영향력을 전파하는 기획을 하는 곳이에요. 


Q. 쉬는 기간 없이 꽤 빠른 시간 안에 사회에 안착을 하신 셈이네요. 개인적으로 서점 이름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피넛버터팔콘’이라는 이름을 붙이신 이유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려요.

사라 세상에 멋있는 책방 이름은 이미 다 있더라고요. 이거 할까? 하면 역시나 이미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그냥 지었어요. 맥주캔을 따서 티비를 보는데 문제의 ‘피넛버터팔콘’이라는 영화가 나오길래요. 인생영화다! 이건 아닌데, 도망치는 주인공의 뗏목을 다른 주인공이 대신 노저어 주는 장면이 좋았어요. 우발적으로 지은 책방 이름이었지만 저답게 잘 지었다고 생각해요.(웃음)


Q. 자 그럼, 서점을 창업하게 된 계기를 여쭤볼게요. 왜 하필 서점이었나요?(웃음)

사라 왜 하필 서점. 제 말이요.(웃음) 왜 하필 서점이었을까요. 책 좋아하고 책방투어 하고, 거기까지만 할껄. 각설하고, 특별히 제2, 제3의 업을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냥 하던 일 하면서 이렇게 쭉 살겠지… 했는데. 세상에 하고싶은 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거에요. 책방 직전에 여러 분야의 직업인들 뵙고 체험 프로그램 기획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시도 해볼까 하고 있는 참에 (휴먼 미만인 팀장을 만나) 마침 퇴사 타이밍이 온거에요. 그리하여 하필 책방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책방은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헤어디자이너나 피아니스트가 될수는 없으니까요.


Q. 자연스러웠다는 말에서 공감이 되네요. 그만큼 꾸준히 좋아하신 일이었을테니까요. 그러면 수원이라는 도시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라 수원은 제가 지금 살고있는 도시에요. 출근시간 10분 컷의 꿈을 이루고자 자연스레 가까운 곳에 열게 되었던 거죠. 팔콘의 이름과 탄생 위치 등 모든 카테고리에 엄청난 이유는 사실 하나도 없어요.(웃음)  


Q. 우발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는 것, 그것 역시 사라 님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서점 오픈 후 가장 처음 맞닥 뜨렸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사라 오픈 후 어려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손님이 없다는 것과 고로 책 판매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매출은 없는데 날마다 오르는 관리비도 곤혹스러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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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전에 예상하셨던 어려움이었는지, 혹은 예상보다 더 혹독하다고 느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사라 사전에 거의 다 예상은 했어요. 다만 머리로만 이해했던 게 문제였다면 문제였을까요. 책방의 이야기들을 많이 듣곤 했거든요. 그렇지만 결국 그건 간접 경험의 수준이었던거죠. 그 모든 것들이 일순 그렇게 큰 부담과 책임으로 느껴질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에서 오는 기쁨이 상쇄시켜 줄거라 생각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순진했죠.(웃음)


Q. 일의 보람으로 수확할 수 있는 선순환이 만들어지지 못했던 셈이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폐업 과정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문을 닫으신 건 아까 말씀하셨는데,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라 서점을 오픈한 첫 해 맞이했던 겨울 즈음이었을거에요. 겨울이다보니 평소 지출하던 관리비가 폭등하잖아요. 떨어진 주식을 팔아 월세를 감당해야 했을 때 처음 직감했던 것 같아요.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겠다’고요.  


Q. 그렇다면 폐업을 최종 결정하시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 혹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라 말씀드린대로, 인건비는 차치하고 월세를 한번도 못 번 채로 겨울을 맞이한 순간, 좌절감이 엄습했어요. 현실은 조금씩이나마 나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예상보다 너무 저조한 매출이 이어지면서 마음이 불안했고요. 그러면서 어느 순간, 제 안에 그 불안을 견딜 수 있는 역량이 없다고 생각했던 게 컸어요. 전전긍긍하며 보내는 시간을 미소로 넘길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불안을 다잡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Q. 예상 했던 어려움이었음에도, 막상 마주한 그 현실에서 마음이 많이 안좋으셨던 것 같네요.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다른 질문을 드리자면, 서점 창업 전에 가장 이상적인 서점이라고 생각한 공간이 있으셨나요?

사라 이상적인 서점이 현실에 있으면 이상하지 않을까요?(웃음)  반대로 저는 오래 지속하는 모든 서점이 저의 이상이라고 하고싶어요. 버티는 것만으로도 이상적이니까!


Q. ‘오래 지속하는 모든 서점이 이상적이다.’ 라는 말씀이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서점에서 겪으셨던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나 감사했던 고객이 있으셨나요?

사라 감사했던 손님들은 너무 많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이 있다면, 멀리 의정부에서 이고초려를 해주셨던 강상우님이에요. 고등학생이신데 주말에 운영 안하는지 모르고 오셨다가 허탕치고 돌아가셔서 평일에 학교 끝나고 다시 와주셨어요… 팔콘 따위 뭐라고…


Q. 자조적으로 말씀하시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그만큼 방문하고 싶은 서점이었던 거잖아요. 그럼 사라 님이 정의하는 ‘서점’은 어떤 공간인가요?

사라 제 나름대로 서점의 정의를 생각해보면, 책을 매개로 각자의 문장과 위안을 찾는 곳? 혹은 사람의 온기가 필요할 때 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넷 주문으로 편하게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최소한 다른 공간이 주는 온기가 필요할 때 갈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그 온기를 제가 드리거나, 또 함께 모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Q. 사라 님과 저는 오늘 처음 대면한 거지만, 사라 님께 방금 말씀하신 그 ‘온기‘가 느껴져요. 처음 대면할 때 이렇게 편하게 제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도 드물거든요.(웃음) 아마 서점을 방문하시거나 모임에 참여하셨던 분들이라면 다 느끼지 않았을까 싶네요. 책 이야기를 해보죠. 사라 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 있으신가요?

사라 조금 극단적일 수 있지만, 제게 큰 영향을 끼친 책은 하나도 없거나, 혹은 지금까지 읽은 모든 책일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어떤 것에서 영향을 받는 일이 요원합니다. 그래도 생각나는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속편)』 과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 입니다. 아마 감수성 넘치던 10대 말, 20대 초반에 읽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물론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를수도 있겠지만요.


Q. 그럼 사라 님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라 책은 그 자체로 제게 의미이자 사유같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사유의 채널. 너무 막막한데 어디 토로할데 없으면요 저는 책을 사곤 해요. 그 안에서 뭔가 발견하길 기대 하거나 책을 매개로 그저 생각할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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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피넛버터팔콘은 꽤 많은 독서모임을 운영하던 공간으로 전 기억하거든요. 가장 대표적이고 또 인상적이었던 모임은 어떤 모임으로 기억하시나요?

사라 ‘억울한 자들의 모임’이 기억에 남아요. ‘누구나’라는 필명의 작가님께서 쓰신 책 『물 밖에서 울기』에 나오는 상상 속의 모임인데요. 한 번은 실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말 그대로 억울한 자들의 모임이고요. 모여서 억울했던 이야기 하고 다같이 왕왕 울고 안녕하고 헤어져서 또 각자의 삶을 사는거죠. 저는 우리가 헤어져서 각자의 삶에서 분투하고 영위하는 모습까지 그 모임이라고 생각했어요.


Q. 책에 등장하는 모임에서 모티브를 따서 구현한 모임이라니 저에겐 신박하네요. 서점이 조금 더 지속되었더라면 아마 이런 모임 기획을 통해 사람들이 더 반응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서점을 오픈하신 뒤 삶에서 감각하고 또 체감되는 변화가 혹시 있으셨나요? 반대로 서점을 닫으신 지금, 이전과 다른 변화는 어떻게 체감하고 계신가요?

사라 서점을 운영한 이후 읽는 사람들을 많이 대면할 수 있었어요. 읽고 사유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고요. 도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어디에서 얘기한 적 있는데 독립 출판 작가님 분들의 도서를 위탁 판매 하면서 셀프 부채감에 시달렸었거든요. ’이걸 맡겨주셨는데 팔지도 못하다니‘라고요. 또 ’밤낮없이 팔지 못할 망정 리뷰도 안하다니‘ 이러면서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생성한 빚진 사람의 마음이 있었고 그걸 또 견디지도 못했어요. 


Q. 겉보기엔 굉장히 털털해보이시고 단단한 심지의 느낌이 있거든요. 반면에 그 안에 여린 면도 크시네요.

사라 그래서 저는 참 오만한 휴먼이었구나 생각해요. 주는 도움도 받지 못하는 딱딱한 휴먼. 사실 도움을 불편해 한다는 건 마음을 잘 내어주지 않는다는 뜻인것 같아서요. 기대지 않고 또 기대하지 않는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폐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당시 저의 상황이 그 도움들을 기꺼이 받을 수 밖에 없기도 했고요. 심지어 그 도움들이 아름다운 마음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런지 과거의 저와 달리 부채감이 남지도 않았어요(뻔뻔). 아이러니하지만, 통장은 가난해도 마음은 풍요로워졌죠.(웃음) 이 태도의 변화야말로 제가 폐업 이후 체감한 가장 큰 소득같아요.


Q. 그렇다면, 서점 창업을 후회하시나요? 과거로 서점 창업을 결심하신 당시로 돌아가신다면, 서점을 하실 것 같으신가요?

사라 서점 창업을 후회하진 않아요. 다만, 시기적인 아쉬움은 있어요. 조금 더 저만의 시드 컨텐츠를 쌓은 뒤에 오픈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긴 해요. 또 제가 조금 더 긴 호흡의 관점에서 에너지를 안배하기보다 너무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모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지나고보니 미숙했어요.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았을까 아쉬움은 있죠.


Q. 사라 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떠올라서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떤 삶도 괜찮다. 계단의 중간에서 멈추든, 계속 오르든, 우리는 행복하거나, 성장할 것이다.’ 라는 문장입니다.

사라 서점 폐업에 앞서 큰 상실의 경험들을 했어요. 죽음으로 누군가를 잃게된 경험과, 기만으로 누군가를 잃게된 경험이요. 그래서 어느때보다 가혹하고 참담하게 느껴졌어요.


Q. 말씀하신대로,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기 였을 수 있겠네요.

사라 시기 였다.. 라고 말할 수 있게되면 좋겠어요. 지나가지 않았거든요(웃음). 하다못해 장마도 태풍도 금새 지나가는데 상실은 계속 따라다녀요. 부서지기 쉬운 상황일때는 비극이 영원할 것 같잖아요. 그래서 저는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어요. 생의 흥과 망, 그리고 성과 쇠 어느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말에 기대어서요. 


Q. 사라 님을 아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사라 님을 응원할 수밖에 없겠네요. 직접 대면해서 느끼는 거지만, 그 힘이 분명 사라 님에게 느껴지고요. 그럼, 앞으로의 사라 님만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I’ll be back.’, 혹은 ‘내 인생에 서점은 다시 없다.’ 중에 어떤 입장이실지도 궁금하고요.

사라 멀리 보는 계획은 현재 저의 수준을 넘어요. 방금 붕괴된 자리에서 재건된 모습을 그릴 힘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한 가지 소박한 목표는 있는데요. 『팔콘일기』라는 책방 운영기를 단행본으로 엮는 큰 사고를 쳤는데, 그걸 또 염치없게 전국에 입고 했답니다?(웃음) 그래서 그거 다 팔릴때까지 잠수타지 않고 홍보해서, 잊혀질쯤 이렇게 인터뷰도 나와서! 입고를 받아주신 책방들에 은혜를 갚고 싶어요. 양심없이 책을 만든 저의 일말의 양심이고 아직 남은 또 하나의 부채감이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요청 드리고 싶어요. “제발 전국의 독자님들, 『팔콘일기』 좀 쓸어가 주세요. 재쇄는 절대 안할게요.”


Q. 『팔콘일기』 는 제가 이번 인터뷰 콘텐츠를 통해 독자 이벤트를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도서 판매를 넘어 조금 더 큰 그림으로써의 목표나 삶에서 지향하고 성취하시고 싶으신 바가 있으신가요?

사라 원래 저는 몽상가의 정체성이 컸거든요. 지금은 생존이 목표가 되었어요. 저 스스로를 온전히 책임지고 싶어요.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것 같아요.


인터뷰 너머 더 자세한 사라 님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시일 인스타그램의 댓글을 통해 사라 님의 책『팔콘일기』이벤트에 참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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