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Explanining Humans)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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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일과 관계, 일상 생활을 넘나들며 부지런히 나는 실수하고 낙담한다. 자책과 좌절의 감정 한복판에서 때론 울고 싶다. 나의 부족한 능력과 그것을 충분히 덮지 못하는 평정심이 원망스럽고 ‘그럼에도’ 평화롭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시간들이 야속했다. 

잠시 쉬어가는 선택을 내렸다. 잠시가 될지, 꽤 긴 기간이 될지는 모르지만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했다. 악다구니로 붙잡는다한들 당장의 이로움보다 저 멀리 위치한 작은 불편함이 더 커보였다. 그렇게 ‘해야 했던 것’들을 놓았다. 손에 쥔 것 없고 그로인해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지만 진작 대면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던 중에 이 책과 조우했다. 우리네 인생에 우연은 없기에, 나는 필연으로 이 책과 만났다고 믿는다. 구구절절 지금 내 상황에 필요한 문장들이 적재적소에서 내 폐부를 찔렀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통해 창의적으로 바뀌거나, 영감을 얻거나, 경이로움을 느낄 능력이 억눌리기도 한다. 당신은 한 개인으로서 배우고, 개선하고, 진화하는 일을 멈추게 된다. 두려움은 우리의 일부이며 두려움을 차단하려 할수록 우리 자신의 일부 역시 차단하게 된다. 두려움에 더 잘 대응할수록 나는 두려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두려움이 없다면 얼마나 애석할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_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늪에 빠진 한 개인에게 일상은, 그리고 삶은 얼마나 힘겨운 투쟁이었을까. 나는 감히 짐작조차 못한다. 불굴의 의지와 가족들의 헌신으로 그녀는 혼돈의 시간을 잘 통과했고, 그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을, 그리고 인간을 조금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로 바라볼 줄 아는 시야를 얻었다. Explaining Humans 라는 원제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을 인간을 그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규정한다.

“실수에 집착하지 말고(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는 어렵다는 걸 나도 안다) 대신 실수로 배운 것에 집중해라. 당신이 모르는 것은 항상 튀어나올 것이다. 더 많이 배울수록 발견할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_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메시지에 담긴 힘이 요동치는 말들이 있다. 자신과 타인의 행동에 깔린 기저를 이해할 수 없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ADHD, 범불안장애를 가진 저자이기에 나는 이 문장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내게 실수와 두려움은 늘 떨쳐야 했던 대상이었다. 그러나 더는 떨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것들은 이제 동행의 대상이다. 잘 다스리고 인내하며 그것에서 배우면서 앞으로 함께 걸어야 한다. 

생각해보면, 잘 해낸 일들보다 해내지 못했던 순간들, 꺾이고 좌절했던 일들이 더 많았다. 완수하지 못했거나 타인을 실망시킨 일들은 셀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배웠고 아주 조금씩 개선하려 했다. 발버둥치거나 악다구리로 버틴 기억은 실패의 기억만큼이나 생생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억들이 내 인내심과 한계를 조금씩 넓혀줬단 걸 나는 안다. 그 순간엔 알아채기 힘들었지만 나는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충실한 과정 속에 있다고 믿는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그녀의 말엔 세파에 휘둘리며 쌓은 그녀만의 철학과 삶의 진리가 진하게 베어있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더라도 나는 또다시 실수를 반복할 것이며 두려움은 언제나 나를 집어삼킬 듯 위협할 것이다. 목표는 작은 바람에도 어그러질 것이고 공고하게 쌓았다고 생각한 관계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일 자체에 일희일비 말고, 지금껏 묵묵히 전진해온 과정과 작은 성취들을 신뢰하련다.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일은 믿기 힘들 정도로 좌절감을 준다. 이 모든 일을 해내도 당분간은,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낙담하고 포기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보상은 어느 날 변화가 당신에게 살금살금 다가올 때까지 인내하고 불확실성과 자기 회의감을 극복하는 데 있다. 이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우리는 계획할 수 없다. 그저 일에 착수하고 과정을 신뢰할 뿐이다.“

“그러니 실현되지 않은 계획에, 이루지 못한 목표에, 실패한 관계에 절망하지 말 것. 대신 거기에서 배우라.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다른 것을 시도해보자. 나만의 방식으로 일하는 법도 실험해보자. 삶이 나아지는 과정은 느리고 점진적이라는 인간의 필연성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의 다름을 악마 취급하지 마라. 내가 그랬듯이, 당신이 타고난 초능력으로 차이를 수용하라.”

“무슨 일이든 잘 풀리기 전에 한 번은 잘못될 것이다. 상황이 좋 아지기 전에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괜찮다. 사실 그 과정이 필요하다.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라.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 그리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다.”

_카밀라 팡,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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